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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체벌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법은 체벌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 단서를 찾기 위해서는 법전을 봐야 한다. 헌법을 비롯해 여러 법령에서 교육, 특히 징계나 체벌과 관련된 조항을 정리해 본다.

먼저 법 중의 법, 최상위법인 헌법이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10조), 교육받을 권리(31조)를 적어 놓고 있다.

헌법은 교육받을 권리와 관련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 법률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 등이 있다.

여기까지는 체벌과 관련된 근거 조항이 없고 교육에 관해서는 권리, 인권, 존중, 보호와 같이 좋은 말만 나온다. 다만 학생은 학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규정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을 보면 교육상 필요한 때 '징계'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이 나온다.

뒤에서 살펴보겠지만 여기서 징계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과는 아주 다른 개념이다. 그러니 징계를 고통이 덜한 간접 체벌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다만 '기타의 방법'이 여러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참고로 국제인권조약 중의 하나인 〈유엔아동권리 협약〉(우리나라는 91년 비준)은 국가가 아동을 보호할 책임과 국제적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아동을 보호 대상뿐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주체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볼 게 있다. 바로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그걸 알게 되면 체벌과 관련한 민감한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2006년 7월 27일자 결정문(2005헌마1189)을 보자.

즉, 1997년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과거 체벌 중심의 교육을 극복하고 학생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초중등교육법의 위임을 받은 하위 법령인 시행령에는 징계의 종류를 규정해 놓았다. '신체에 고통'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전보다 조금 복잡해졌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함께 살펴 보자. 교장(또는 교장의 위임을 받은 교사)은 교육상 필요할 때 징계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를 할 수 있다. 기타의 방법이 문제인데 원칙은, 훈육·훈계이다. 그런데 시행령 31조 8항을 반대로 해석해 보면 "도구·신체 등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체벌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2011년 3월 18일 대폭 개정됐다. 학생 징계와 관련, 징계 처분으로 학교 내 봉사, 사회봉사, 특별 교육 이수, 퇴학처분 외에 출석정지가 새로 추가됐다. 또한 체벌과 관련 31조 8항에 도구·신체 등을 이용하지 않는 '간접 체벌'의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 전 조항은 다음과 같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교육청 등 상당수 교육청이 조례 등을 통해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국에 적지 않은 학교들이 교칙과 학교생활 규정에 체벌의 방식, 기준, 장소 등 체벌에 관한 규정을 적시해 두었다.

교육 관련 법의 순서를 따지자면 '헌법-법률-시행령-조례-학칙'의 순서가 된다. 그런데 이렇게 법으로 따져 보니 묘한 현상이 나타난다. 상위법인 헌법과 법률은 학생의 인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 아래 법률의 위임을 받고 있는 시행령과 학교생활 규정에는 체벌의 근거가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헌재의 결정을 다시 보자.

체벌은 학생 '징계' 방법이 아니다

체벌은 징계와 다른 개념이다. 징계는 학교 봉사, 사회봉사, 퇴학 등의 처분을 말하며, 체벌은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다. 체벌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기형적인 학생 지도 방법으로 존재하고 있다. 판례도 "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징계 방법으로서 체벌은 허용되지 않으며, 기타 '지도'의 방법으로서도 훈육·훈계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의 얘기를 더 들어 보자.

비록 법원이 현행법의 해석상 체벌을 인정하고 있긴 하나, 앞뒤로 여러 조건을 달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체벌이 허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사례 1〉

사례에 나오는 지도 방법이 간접 체벌이다. 그런데 앞의 사례처럼 '앉았다 일어서기'도 법원은 방법과 정도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교육적으로 불가피하지도 않았고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 학생들을 교정할 수도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2011년 초 정부는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앞서 소개한 대로 시행령을 고쳤다. 간접 체벌 추진 방침은 현행법과 판례의 해석으로 볼 때도 지극히 예외적이고, 최후의 지도 방법으로 규정한 체벌을 명문화하겠다는 소리다. 이것은 법률에 나와 있는 '기타의 지도 방법'을 체벌로 손쉽게 이해해 버릴 때만 가능한 일이다.

간접 체벌이건 직접 체벌이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방법임에 틀림없다. 또한 20세기 말 체벌 중심의 교육을 마감하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뜻으로 만든 교육 관련 법률의 제정 취지에도 어긋나는 현상이다. 해결책은 자명하다. 법률로 체벌 금지를 못 박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와 교육감의 체벌 근절 의지, 교사들의 노력 모두 중요하다. 법률로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지 않는 한 시행령이나 교칙 개정을 통해 체벌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그때까지 체벌도, 체벌을 둘러싼 논쟁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